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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블로그 잡학교실/플로베른의 티타임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 커피처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


△당신도 커피를 좋아하시나요?(바리스타가 예쁘면 금상첨화)


좋은 커피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고,그리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이하 탈레랑)을 읽게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커피에 대해선 카페오레와 카페모카도 구분 못하는 문외한인 제가 가지고 있던 커피에 대한 환상이랄까, 동경심 비슷한 감정이 한몫 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겠군요. 물론 저는 카페에 들르는 일도 별로 없고, 가도 핫초코나 에이드종류만 마시는 편입니다만, 다양한 이름의 커피들이 주는 신비스러운 느낌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생각해보면 커피란 음료는 참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죠. 사실 의미를 따지면 그 흥이 깨질수 있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대표적인 예로 아메리카노, 미국에서 커피에 물을 넣어 희석시켜 먹는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름이 아메리카노라고 합니다.) 우선 이것이 탈레랑을 읽게된 첫번째 계기입니다.

 두번째 계기는 책의 소개문구가 제 마음을 잡아끄는 내용이었습니다.' 일상 속에 존재하는 수수께끼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커피 미스테리!'라니!

물론, 저는 사람이 살해당하거나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걸 해결하는 미스터리소설이나 추리물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일상 추리물의 잔잔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내용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사설은 이쯤 하고, 본격적으로 탈레랑을 읽어내려가 봅시다.

초반부의 스토리는 평범하달까, 무난한 전개였습니다. '우연한' '주인공'과 커피점 탈레랑의 바리스타 '미호시'의 만남과 사건들. 무리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여주인공인 미호시의 매력적인 모습도 상당히 읽는데 즐거움을 줬었고 말입니다. 

저는 이 초반부를 읽을때 커피를 마셨을때의 달콤한 첫 느낌을 느꼈습니다. 간만에 재밌는 일상추리물을 건졌다고 말이죠.

 ……하지만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뭔가 씁쓸해지는 뒷맛이 느껴졌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초콜릿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씁쓸한 맛의 잔향이라고나 할까요? 이전까지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이야기는 맞습니다. 이어진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빠진 느낌입니다. 설탕을 타지 않고 그냥 마신 원두커피의 쓴맛을 느꼈을 때의 느낌이랄까.

초반부의 대부분 부드럽게 넘어가는 이야기에서 내용이 상당히 반전합니다. 미호시의 과거에 얽힌 일, 주인공의 정체 등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빠르게 결말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네, 그것까진 좋습니다. 다만 이런 전개가 괜찮다고 말하기엔 다소 의문이 들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과거의 일을 끌어들여서 스토리를 마무리 지으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반전의 충격이 강했던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아쉬움이 있어도, 탈레랑은 제법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호시라는 여성주인공의 설정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시오리코와 제법 겹쳐보입니다만, 매력적이었습니다. 굳이 표지의 수려한 일러스트가 아니어도, 커피를 만들기 위해 원두를 갈아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매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트릭 자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담백한 내용으로, 이것이 감점요소가 될 있겠습니다만, 제게는 제법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탈레랑은 책의 서두에 쓰여있던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의 말(위의 글입니다)에서 묘사한 커피의 특징들을 소설 자체에 담고 있는 한 잔의 커피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만, 후반의 씁쓸한 부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10월에 2권이 정발된다고 하던데,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한줄평

 한 잔의 커피를 마시듯이 읽을 수 있으나, 후반의 씁쓸함이 묻어나는 작품. 하지만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P.S. 그런데 커피 미스터리라면서 커피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양념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살짝 아쉬운 부분. 하지만 커피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