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팀블로그 잡학교실/영국인 이야기(?)

원더풀 데이즈


 '의도는 좋았다.'라는 문구. 아아, 얼마나 덧없는가.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평가하는데.

 7년간의 제작 기간과 106억원의 제작비. 이 작품을 만들던 사람과 회사는 모두 이 작품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부흥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럴 만하다. 이 작품의 뛰어난 영상미와 OST를 본다면 그런 생각이 안 들레야 안 들 수가 없지 않는가.

 그러나 결국 이 작품은 국내 흥행에 실패하였고, 이 작품을 기점으로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은 급격한 침체기를 겪게 되었다. 물론 현재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다시 어느 정도 활성화된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째서 흥행에 실패했을까. 민감한 주제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DVD 판매량 또는 동원 관객 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 수치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재밌게 보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관적일 뿐, 객관적이라고까지 자신있게 말하기는 (적어도 본인에게는) 힘들다. 그렇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취향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흥행을 위해서는 그런 여러 사람의 취향은 아우르는 보편적인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더풀 데이즈는 그것이 부족했다. 특히나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SF라는 장르이니만큼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걸 제외하고도 문제점은 많다. 흥행 실패가 작품 자체의 실패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많은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들은 인기가 없고 잘 안 팔렸다고 무작정 이 작품은 나쁜 작품이라 악평하지 않는다. 작품이 좋았다면 '숨겨진 명작' '비운의 작품' 등의 평가가 어떻게든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평가조차 보기 힘들다.

 어째서인가. 그 문제는 스토리에 있다. 이 작품은 내용과 설정이 굉장히 방대한 작품이다. 반면 런닝 타임은 약 80분에서 90분 사이일 정도로 굉장히 짧다. 커다란 내용이 있는데, 그걸 줄이고 줄이고 줄였음에도 런닝 타임에 맞추지 못할 때, 살을 더 빼내고 뼈를 깎을 수밖에 없다. 결국 듬성듬성 중간이 빠진 듯한 작품이 되고, 그걸 보고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기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와 꼬리만을 만져보고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추측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사람들이 보고 좋은 평가를 내리겠는가.

 굉장히 무정하고 차가운 말인 걸 안다. 그렇지만 세상의 구조가 그런 것을 어떻겠는가. 결과가 나쁘면 의도가 아무리 좋았든, 나쁜 인상만을 남기게 된다. 본인은 이 작품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이 기술력으로 좀 더 나은 스토리의 작품이 애니화되었으면 어땠을까, 혼자서 상상해본다.


2014.08.31

Z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