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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블로그 잡학교실/영국인 이야기(?)

「주문은 토끼입니까?」 4화 작화에 관하여


 「주문은 토끼입니까?」 (이하 주문토끼) 4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모두들 작화가 1~3화에 비해 살짝 달라졌음을 느끼셨을 겁니다. 

 본인이 굳이 주문토끼 4화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작화를 "작붕"이 아니라 "1~3화에 비해 살짝 달라진" 작화라고 말하는 이유를 써보자 합니다. 


 애니메이션 작화[각주:1]의 키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원화라고 합니다. 보통 애니메이션 한 화에 들어가는 원화는 약 4000장에서 5000장 정도. 상당히 많은 양이죠. 

  이 원화는 제1원화와 제2원화로 나뉘는데, 제1원화는 레이아웃, 즉, 작품의 구도를 대략 그려놓는 것이고(약 300컷 이상), 제2원화는 그걸 깔끔하게 클린업해서 우리가 아는 "원화"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TV 애니메이션같은 경우 특정 화의 엔딩 크레딧을 통해 누가 원화를 그렸고 누가 동화를 그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문토끼 4화의 엔딩 크레딧을 살펴보면 



 이 작품의 원화는 오오시마 미도리(大島緑)와 오오시마 에니시(大島縁) 두 사람이 그렸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반전이 있는데,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WHITE FOX뿐만 아니라, 동화공방 원청 작품 등에도 참가. 

「오오시마 미도리(大島緑)」라고 오기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작화 @위키 오오시마 에니시 항목으로부터 발췌 및 번역


 주문토끼 4화를 통해 추측하건데, 오오시마 미도리라고 오기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저 두 한자가 비슷함을 이용하여 두 이름 모두 혼용하고 계시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즉, 오오시마 미도리와 오오시마 에니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거죠. 


 주문토끼 4화는 모든 원화를 단 한 명이 그린 겁니다. 


 4000에서 5000장의 원화가 필요한 만큼 애니메이션 원화를 한 명이 모두 그린다는 것은 정말 극히 드문 일입니다. 동시에 굉장히 대단한 일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경외감마저 들 정도입니다. 



 동시에 이 분이 그림 콘티(코바야시 씨와 공동)와 작화감독 또한 맡으셨으니 몇인분의 일을 혼자서 다 하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어쨌든 덕분에 일본 웹사이트 이곳저곳에서도 주문토끼 4화의 작화를 두고 찬반양론을 볼 수 있었는데 (평범한 작붕이다 vs 1인 원화라니 정말 대단하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오오시마 에니시 씨의 작화 스타일과 개성을 알 수 있었기에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후에 오오시마 에니시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테니 말이죠. 


 덤으로 오오시마 에니시 씨가 혼자서 원화를 모두 맡은 경우가 하나 더 있는데요. 



 GJ부 3번째 엔딩이 그렇습니다. 다만 엔딩의 원화를 모두 맡는 것과 애니메이션 하나의 원화를 모두 맡는 건 스케일이 달라 보이기에 주문토끼 4화 쪽이 조금 더 대단해 보이긴 하네요. 




 뭐, 그러니 너무 "주문토끼 4화 뭐야! 작붕이 내 주문토끼를 망쳐놨어!"라고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주문토끼 4화의 작화에는 이런 뒷배경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시고, "작붕"이라는 단어보다는 "한 사람의 개성이 드러난 작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 번쯤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주문토끼에 대한 팬심을 주체하지 못한 1인이었습니다. 



  1. 흔히 그림체, 퀄리티의 의미로 혼용되지만 엄밀한 의미의 작화라 함은 배경 이외에 움직이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원화, 동화가 이에 해당되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