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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리뷰/오스라드의 끄적끄적

어느 비공사에 대한 시리즈(추억, 연가, 야상곡)

※ 리뷰 특성상 주관성이 강합니다.

 한 편의를 위해 경어체 사용이 생략될수도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인 블로그에도 함께 올라옵니다.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 

(원제 : 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 

단편(완) / 제이노블(J Novel) 

이누무라 코로쿠 저/모리사와 하루유키 그림 


어느 비공사에 대한 야상곡 

(원제 : とある飛空士への夜想曲) 

상, 하(완) / 제이노블(J Novel) 

누무라 코로쿠 저/모리사와 하루유키 그림








어느 비공사에 대한 연가 

(원제 : とある飛空士への戀歌) 

1~5(완) / 제이노블(J Novel) 

이누무라 코로쿠 저/모리사와 하루유키 그림




 어느 비공사 시리즈도 11월에 나온 어느 비공사에 대한 야상곡(하)를 끝으로 끝맺었습니다.(는 일본에서는 서약을 연재하고 있다고 알고 있음) 전쟁과 공중전, 그리고 사랑... 이 세개가 비공사 시리즈를 꿰뚫는 3요소이고, 세 작품 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직접적으로 이어지는건 추억과 야상곡, 연가와 국내에는 아직 미 정발된 서약으로 따로따로 보셔도 크게 상관 없다고 봅니다. 서약은 모르겠는데 연가에서도 추억에 등장하는 피나 황비와 괭이갈매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예 다른 세계관으로 역자도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쨋건 야상곡을 끝으로 드디어 비글과 괭이갈매기의 기나긴 애증(?)의 관계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더이상 비글과 괭이갈매기의 라이벌전을 볼수 없다니 정말 슬프지만 나름 아름다운 끝맺음이라 만족합니다. 어느 비공사 시리즈는 제가 읽은 라노벨 세손가락 안에 드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추억과 야상곡만...) 솔직히 연가는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했기에 오늘 리뷰는 추억과 야상곡을 위주로 쓸 생각입니다. 근데 쓰자고 마음먹었던걸 계속 미루느라 그때 생각했던 게 다 날아가버리고 형편없는 리뷰가 될 것 같군요.

 

 앞서 언급했다싶이 '어느 비공사에 대한' 시리즈의 키워드는 전쟁과 공중전, 그리고 사랑입니다. 어찌 마크로스 시리즈의 발키리 공중전과 사랑, 노래의 3요소가 생각나네요. 전쟁으로 인한 참혹함, 동료를 잃는 슬픔, 매일 희생자가 나오다보니 점점 마모되는 슬픔. 오직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죄책감과 자기비하. 저 넓고 푸른 창공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간에 사랑. 추억, 야상곡 뿐만 아니라 연가에도 공통적인 주제입니다. 물론 전쟁에 대한 참혹함은 추억이나 연가에는 잘 부각되지 않고 야상곡에 제일 많이 반영됐습니다. 추억에는 사랑과 추억이 위주라면 야상곡에는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하늘을 떠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체념과 전쟁으로 인한 참혹함을 담아내었고, 연가는 인간 개개인의 삶의 의미와 자유로움을 담아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추억에서의 괭이갈매기와 피나의 애절하면서도 이뤄지지 못할 사랑은 시리즈 전체의 여운이 남아 괭이갈매기가 등장할때마다 괭이갈매기가 자신의 이름도 없이 군에 남은 이유를 계속 상기시켜주며 마음이 아프게 하였고, 야상곡에서 비글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은 저 푸른 하늘을 떠날수 없다면서, 수많은 피가 묻은 자신의 손을 맞잡을 수 없다는 자기 비하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연가에서는 자신의 과거와 신분에 억압되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 비공사에 대한' 시리즈의 백미는 바로 공중전입니다. 세계관이 바다로 이어지지만 일반 선박으로는 통과할 수 없는 대폭포 덕분에 비공정이 필수 요소고 그에 따른 비행기들이 발달하여 전쟁은 이 비공정들과 전투기들의 전투로 향연을 이룹니다. 작가가 상당히 철저히 고증했는지 공중전은 눈앞에 펼쳐질 정도로 생생하면서 박진감이 넘칩니다. 마치 스스로 전투기를 타면서 공중전을 벌이고 있나 싶을 만큼 세세한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괭이갈매기나 비글에 몰입되어 공중전이 끝날때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기 할 정도입니다. 미사일들이 화려하게 날아가고 플레어를 뿌리면서 화려한 회피기동을 하지는 않지만(전투기의 수준은 2차 세계대전 정도?) 현대식 전투기에도 쓰이는 기동방법이라던가 회피기동, 적 전투기에 뒤를 잡혔을때 공중턴이라든지 화려함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특히 괭이갈매기와 비글이 이 작품 세계관에는 둘도 없을 기량으로 공중턴을 하는 장면을 보면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듭니다. 야상곡(하)에서는 1승 1패로 마친 줄 알았던 비글과 괭이갈매기의 최후의 결전이 그 무엇보다 수준높은 공중전으로 기다리고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특히 인종주의자던 황국 해군총사령관이 전쟁의 꽃이라는 일기토 자리를 만들어 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전쟁의 로망이라는 일대 일 싸움, 일기토를 전투기로 하는 장면을 보다니...

 

 지금까지가 '어느 비공사에 대한' 시리즈의 극찬이라면 여기서는 약간 민감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작가가 약간 우익적인 사상을 지닌 작가인지, 아님 작가의 말처럼 '구 일본군'에 대한 로망을 가진 작가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익적 요소가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추억, 야상곡 시리즈의 배경인 황국과 제국. 이 두곳은 미국과 일본, 즉 제 2세계대전에서도 태평양 전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물량빨로 밀어붙이고 국가전력차이로 결국 기술빨까지 앞서게 되는 황국은 미국, 초반은 기술과 정신력, 기량빨(솔직히 일본이 이 세개 다 미국에 앞섰는지 모르겠지만)로 이기다가 결국 국가전력 차를 극복을 하지 못하는 일본이 그대로 투영됐습니다. '구 일본군'이 그토록 외치던 정신력빨로 결국 작품 내에서는 기적을 만들어내지만 어쨋건 제 눈에는 세계대전때의 일제를 보는듯한 모습이더군요. 보급도 제대로 안되고 무능한 지휘관이 엉성한 작전이나 현장지휘까지 일제의 판박이입니다.(.....) 심지어 결말을 그토록 '구 일본군'이 외치던 정신력의 힘을 보여줬다는 것에 뭐라고 말해야할지 미묘합니다. 일본작가가 쓴 일본작품이니 그려려니 합니다. 역사왜곡이나 극우익적 요소가 담긴 것도 아니고 작가가 '구 일본군'의 로망을 담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다 최대한 우익적 요소가 배제된 듯 싶고 작가도 금기를 집어넣었다고 언급했으니까요.

 우익적 냄새 못지 않게 인종차별에 대한 것도 녹아있습니다.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 추억에는 적게 등장하던 인종차별이 야상곡에는 뚜렷히 등장하게 됩니다. 유키와 치지와의 어릴적부터 레밤 황국인이 제정 아마츠카미인을 '원숭이' 취급하는 것까지... 특히 황국 해군총사령관은 입에 '원숭이'를 달고 살죠. 인종차별 발언 중에 '원숭이'를 빗대어 표현되는 민족이 어느 민족인가를 생각해보면 작가를 비롯해서 일본인들의 컴플렉스가 있나 봅니다. 그걸 작품에 반영시킨듯 하고요. 황국과 제국이 대립하는 요소나 전쟁의 이유, 제국이 불리한 전황 속에서도 휴전하지 않는 이유등을 위해 삽입했다고 하지만 위의 우익적 요소와는 다르게 이게 꼭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부각됩니다. 특히 그냥 양념으로 쓰면되는데 주요리로 만드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져서 좀 얹짢았습니다.

 

이것저것 다 제쳐두고 공중전의 로망, 그 속에 피어나는 애절한 사랑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추억, 야상곡 배경의 결말은 인상적인데 끝이 누구보다다 비글답다고 생각했고, 괭이갈매기는 좀 아쉬웠습니다. 딱 그전이 인상적이였는데 괭이갈매기의 끝은 정말 정말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비글보다는 괭이갈매기의 호감이 가서 그런지 비글과 괭이갈매기의 일기토에서 괭이갈매기가 딱 반전했을때는 감탄했는데 비글이 또 한번 반전해버리니 이건 좀 김이 빠진다고 해야되나? 인간적으로 과하긴 했습니다. 작가님. 이렇게 결말 맺고 싶은건 알겠는데 일기토의 끝도 그렇고 비글이나 괭이갈매기의 끝도 그렇고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만 '어느 비공사에 대한' 시리즈 중에서 추억, 야상곡 쪽의 끝맺음은 이보다 더 깔끔하게 끝낼 수 없다고 봅니다. 역시 제 인생 최고의 라노벨 중 하나였습니다.




야상곡(하) 일러스트에 괭이갈매기를 괭이고양이로 계속 오표기 하는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