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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블로그 잡학교실/에스투머의 나름리뷰(라노베 外)

[나름리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2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 고서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낡았지만 잘 관리된 가게에 들어오는 햇빛에 약간의 먼지가 날아다니고 그 먼지 너머에 서있는 수많은 책장들과 책들. 물론 이건 저의 환상이고 사람마다 각자 자신만의 환상이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다룰 작품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잘 자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벌레들이 꿈꾸는 꿈같은 고서점, 그리고 고서점 속에서 또 한번 책더미에 묻혀사는 아름다운 아가씨. 작가가 라이트노벨로 데뷔했다고 했던가요. 그야말로 사람들의 기대를 구현한 설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다른 책들을 비교하곤 합니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또한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작품을 평가하고 읽을 떄 외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길래, 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양쪽 모두 2권씩 읽고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비교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1권의 경우 양쪽이 매우 비슷하더군요. 하지만 과거의 책이 현재와 미래의 책에 영향을 주는건 당연한 이야기고 비블리아 고서당에는 이 책만의 매력이 있고 다른 책에는 다른 책만의 매력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


 

 

호러에서 판타지, 미스터리까지 폭 넓은 작품으로 활약하고 있는 작가 미카미 엔 소설. 가마쿠라의 한 고즈넉한 마을에 있는 고서점 비블리아 고서당. 그곳은 누구보다도 깊이 헌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성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가게다. 조용하고 낯가림이 심하지만 책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운 추리력을 보이는 그녀는 손님들이 가져온 한 권의 책에서 사람과 사람의 인연, 그리고 비밀을 따스하게 밝혀낸다. 

어느 날, 우연히 비블리아 고서당을 지나치던 청년 고우라 다이스케는 청순한 분위기의 여주인에게 한눈에 호감을 느낀다. 몇 년 후 다이스케는 할머니의 유품인 <나쓰메 소세키 전집>의 가치를 감정하기 위해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 시오리코와 재회한다. 짧은 시간 동안 시오리코는 책의 가치보다 더욱 중대한 것을 추리해 내는데…

 


 

 

 

 

[페이지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작품]

 

 

 이 작품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페이지를 넘기기 굉장히 편했고, 또 깔끔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작품이던 저는 처음 책을 잡고 펼쳐서, 첫 장부터 몇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 다음 제일 먼저 이 부분을 평가합니다. 책의 페이지가 부드럽게 넘어가는가 아니면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가. 책이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건 이 책의 작가가 기본적인 글솜씨가 있고 독자들을 배려하는 글을 쓸 줄 안다는 것이 됩니다.

 

 간단한 예로, 판타지 소설에서는 독자들이나 작가들에게나 널리 알려진 금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책 첫 장부터 자신이 만든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해 나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책을 펼쳤는데 대륙력 몇 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디에는 무슨 나라가 있으며 이 나라의 주민들은 무엇이고....라고 시작하는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친절한 역사서의 연표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세계관에 빠져서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글을 쓴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판타지 소설에서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없을 수 없는 법. 하지만 같은 것을 설명하더라도 방식에 따라 독자들이 받는 느낌은 확 다릅니다. 가령 한 나라에서 귀족과 평민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걸 설명하고 싶다면, 주인공에게 한마을을 걷게 한 다음 그 옆에 귀족이 노예에게 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그려놓고 주인공이 그것에 대해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연표로 어느 나라에서는 귀족과 평민의 격차가 매우 크며....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독자들이 읽기 훨씬 편하며, 덤으로 주인공이 그런 차별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나라에 얼마전에 큰 전쟁이 끝났고 그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설정이 있다면 전쟁으로 반쯤 타버린 마을을 걷게 하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끼어 넣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물론 비블리아 고서당은 판타지 작품이 아니다 보니 세계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에 대한 설명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이 작품은 주인공의 독백과 그리고 몇몇 상황을 통해 굉장히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알렸고 깔끔한 문체로 원하는 정보를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죠. 제가 페이지를 넘기기 편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엔 아마 이런 이유에서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부드러움에 더해진 절제미]


초반부에서도 물론 깔끔했던 작품입니다만, 이 작품은 각 이야기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것은 더해갑니다. 깔끔함에 더불어 절제미까지 들어가게된 것이죠. 물론 1인칭 시점인 만큼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주변에 대한 묘사, 그리고 자신이 본 것에 대한 느낌을 굉장히 많이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도 책 속에 숨겨진 비밀이 진실에 다가갈 때, 그리고 시오리코 씨의 마음속으로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만큼은 정말로 조용하고, 또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소에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말을 잘 못하는 시오리코 씨가 책 이야기를 할때는 사람이 전혀 달라지는 것처럼 주인공 또한 시오리코 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그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느낌에 대해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말로 전달해야 되는 것과, 말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을 매우 잘 구별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인공이 풀어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수필을 읽듯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수록 절제된 문장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직접 상상해보고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던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이 깔끔하고 절제됐지만 읽기 편한 작품이 되는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2권 이후부터는 이런 절제미가 조금 줄어들고 캐릭터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좀 더 직접적으로 다양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인물간의 감정의 교류가 깊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작가의 또 다른 의도로 점점 바뀌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캐릭터]

 

 

 위에서 비블리아 고서당의 설정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가지는 고서점에 대한 환상을 구현해놓은 듯한 설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환상 속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사오리코 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가 독자들이 가지는 이상의 공간과 인물을 구현해놓은 만큼, 작품 속에서도 특히 사오리코 씨와 그외에 인물에 대한 묘사도 매우 충실한데요. 이것도 역시 위에서 말씀드렸던, '주인공 또한 시오리코 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느낌에 대해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라는 것과 연관되어있습니다. 주인공이 사건의 클라이맥스나 시오리코 씨의 중요한 부분에 다가갈 때 말이 줄어드는 것은 절제미를 주는 효과도 있지만 독자들의 시점을 사오리코 씨에게로, 혹은 사건의 주요 인물들에게로 집중시켜주는 효과 또한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2권까지 꽤 긴 시간을 들여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에 나왔던 한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 특히 저렇게 묘사된 인물들은 꽤나 선명한 이미지를 가진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가가 단편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기억하기 쉽게 그들만의 개성을 잘 부각한 것도 있겠지만, 절제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1인칭 소설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밖으로 이끄는 저런 표현 또한 캐릭터 하나하나의 인상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을 주인공에게서 외부의 인물들로 옮길 떄 항상 그 중심에 있는 시오리코 씨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떠올릴 떄 가장 먼저 떠오르고 또 가장 빛나고 있을 인물이지 아닐까 합니다.

 

 

 


 

 

 

 

 [ETC]

​ 이 작품은 저에게는 매우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라이트노벨로 데뷔한 작가답게 캐릭터에 대한 묘사나 표현도 충실했고 여유로운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었고, 그리고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게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문장들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과 탈레랑 커피점의 사건수첩과 꽤 많은 비교를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작품의 1권과 탈레랑의 1권은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고,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도 꽤나 비슷하구요. 일상 미스터리에 주인공과 히로인의 소심하면서도 신중한 감정의 교류도 어느정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권의 구조 또한 비슷하더군요.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히로인에 대한 조금 무거운 주제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말이죠.

​ 이렇게 두 작품이 비슷한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건 이것의 아류작이다, 너무 비슷한 점이 많다. 인기의 편승하려는거다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인 편입니다. 일단 두작품이 2년에 가까운 출판시기의 차이도 있을 뿐더러, 과거의 작품이 미래의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탈레랑과 비블리아가 비교되고 있지만 그전에도 이들과 같은 느낌의 작품은 정말 많았구요.

​ 그리고 무엇보다 두 작품에는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 또한 많습니다. 예를 들어 탈레랑에서는 커피점이라는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느낌을 적극 사용한 반면에 비블리아에서는 고서점 자체의 이미지나 느낌보다는 사오리코 씨라는 인물에 좀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저도 완성도를 놓고 보자면 비블리아 쪽이 탈레랑보다는 완성도가 높다고 보고 공통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의 아류작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어떤 장르에 명작이 나오면 그 비슷한 장르의 후발주자들은 명작의 그늘에 가려져 고생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표절은 엄격하게 처벌해야하고 명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명작이 나오기 위해서는 후발주자들에게 씌워져있는 명작의 그늘을 더하는 것은 자제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