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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블로그 잡학교실/에스투머의 나름리뷰(라노베 外)

[나름리뷰]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1~2권

  

 

 

 

 

“좋은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커피예찬으로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작품 타이틀로 이용한 이 작품의 장르를 굳이 고른다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구르메 미스터리’ 중에서도 ‘커피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 바리스타 미호시와 주인공 마코토 등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통한 지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 작품은 일본 다카라지마(?島)사 제1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히든카드상을 수상하며 출간되었고, 신인작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 2012년 8월 출간 이후 현재까지 96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4월 25일에는 후속권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 그녀는 카페오레의 꿈을 꾼다》가 출간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본 작품은 10~20대가 즐겨 읽는 ‘라이트노벨’과 순수문학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만화적 감각으로 쉽게 읽히는 라이트노벨의 장점을 잘 살려 통상적인 추리소설보다 오락성이 뛰어나며 순수문학으로서의 완성도와 진중함도 함께 갖췄다.

‘커피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걸맞게 작품 안에서 커피에 관해 논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대한 간단한 해설,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 마시는 방법, 커피 드립 방법(넬드립 등)과 필터 관리법,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차이점, ‘블랙커피’ 호칭의 동서양 차이, 베트남식 화이트커피 설명 등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리 요소 이외에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 아오야마(푸른 산)는 블루마운틴을, 커피전문점 탈레랑의 주인 모카와 마타지는 모카 마타리, 아오야마의 사촌동생 코스다 리카는 코스타리카를 연상시키는 등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커피와 연관되어 있어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이번에는 어떤 커피일까?’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은 사실 예전부터 계속 사고싶었던 책 중 하나였습니다. 나오기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온뒤에는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매달 가는 서점에 제가 갈떄마다 이 책의 재고가 다 떨어져있더군요.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니 서점에 갈때마다 찾아보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있다가 최근에서야 다시금 기억나서, 그리고 마침 책방에 이 책이 있었기에 이렇게 구입하게 됬네요.

 

 

[특징과 장점]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은 줄거리에도 쓰여있듯 '커피 미스터리'라는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적인 장르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보자면 미스터리의 한종류와 관련이 있지만 커피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고자 저렇게 표현한걸까요.

 먼저 커피 미스터리의 커피라는 부분부터 잠깐 보고 넘어갈까요, 커피 미스터리라는 장르답게 실제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과 미호시 바리스타,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 모두 커피와 관련이 있거나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커피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군요. 커피색 표지로 둘러쌓인 책처럼 작품 속에서도 인물들과 독자들은 커피향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켜갑니다. 그리고 이 책의 장르의 또 하나의 구성부분인 미스터리는 우리가 흔히 미스터리하면 떠올리는 살인과 절도, 그리고 범인과 탐정의 심리싸움, 복잡한 트릭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책 속의 미스터리는 우리가 일상속에서 별 생각없이 지나치는 사소한 부분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미호시 바리스타와 들은 이야기를 잘 기억하는 주인공과의 회화 속에서 태어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상 속의 비밀들을 미호시 바리스타가 핸드밀을 돌리면서 풀어나가는 것이죠.

 

커피 미스터리라고 말하면 사실 갸우뚱 거릴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풀어놓고보니 커피와 일상 속 사소한 미스터리는 궁합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커피점 내에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고 또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두 소재의 장점을 이 작품은 굉장히 잘 표현합니다. 그야말로 잠시 시간이 날떄 커피한잔 하면서 읽기 편한 단편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마치 작품 속 미호시바리스타의 추리를 듣는 주인공처럼 우리도 커피의 맛과 향이 취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커피와 미스터리라는 두 소재를 절묘하게 합친 것처럼 작가는 또 다른 두개의 요소를 절묘하게 합쳤는데 바로 라이트노벨과 순수문학 중간에 위치하다는 소개의 평이 그것을 대변해줍니다. 제가 자주 읽었던 라이트노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생각나는 건 바로 캐릭터성에 있겠네요. 라이트노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장점은 독자들이 쉽게 매력적으로 느끼는 캐릭터는 라이트노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면 작품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는게 쉬워지기 떄문이죠. 이 책은 그런 라이트노벨의 요소를 굉장히 잘 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은 분들은 누구나 미호시 바리스타에 대해, 내성적인 면도 있지만 총명한(혹은 이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평가에 공감할테고, 모습을 떠올리면 누구나 다 핸드밀을 돌리며 "전혀 잘 못 짚으셨어요!" 혹은 "이 수수께끼 잘 갈아졌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가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라이트노벨같다고 해서 작품자체가 대다수의 라이트노벨과 같이 가벼운 분위기냐라고 한다면 그건 전혀 아닙니다. 작품 속 분위기는 일반적인 라이트노벨에서 찾기 힘든 여유와 차분함 그리고 안정감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작품의 복선과 같이 내용간의 연계도 매우 긴밀하며 적절한 무거움과 완성도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요컨데 커피점 탈레랑은 커피와 미스터리, 라이트노벨과 문학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물론 작품의 기본적인 수준이 뒷받침된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단점]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요소는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희망사항이기도 합니다. 커피점 탈레랑은 위에서 설명했듯 정말 좋은 컨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작품이 진행될 수록 위에서 처음에 독자가 읽으며 만들어나가는 기대와는 조금씩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1권까지는 사실 위에서 말한 장점들과 어느정도 부합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권의 대부분의 페이지는 위에서 말한 소소한 미스터리와 여유로운 커피향으로 가득차있고, 마지막 부분만 이 책의 약간의 무게를 더해주고 미호시 바리스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혀주는 살짝 무거운 내용이 나옵니다. 캐릭터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혀주는 것은 물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1권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커피의 분위기와 소소한 미스터리가 만나서 생기는 시너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권에 와서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합니다. 물론 2권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모여서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어색하지도 않고 복선도 적절했기 때문이죠. 마치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바라는 탈레랑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멉니다. 독자들이 탈레랑에 원하는건 납치가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한 인물들간의 교류, 그리고 커피와 이야기를 통한 여유로운 분위기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2권에서는 1권에는 마지막 부분에만 들어가있던 무거운 이야기가 단편들 사이사이에서 그 존재를 계속 과시하며 마지막에는 마치 일반 추리소설에 나올법한 범행수단이 등장하게 되죠. 1권을 통해 우리가 기대했던 탈레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다른 단점들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만약에 이 책이 조금 진지한 미스터리를 추구하고 있다면 커피점과 사건들의 연계가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탈레랑 커피점과 커피는 여유롭고 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말고는 대부분의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미호시 바리스타라는 인간과 연관이있는 사건들이 많은 편이죠. 편안한 분위기와 소소한 이야기라는 장점이 합쳐져서 매력적인 커피점 탈레랑이 탄생하는 것인데 저 소소한 이야기가 점점 진지해지니 커피가 만들어내는 편안한 분위가 무색해져버리는 것입니다.

 

 

 


 

 

 

[평가]

​ 장점과 단점을 합쳐서 짧게 평가를 내리자면 탈레랑은 굉장히 잘 쓰여졌고 매력적인 작품입니다만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복선이 뛰어나고 이야기간의 연계가 좋고 내용의 완성도가 높아도 작품이 처음에 추구했던 분위기에서 빗나가면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독자들의 첫인상, 그리고 읽어나가면서 만들어가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이 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면에서 탈레랑은 다음 권의 방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탈레랑에서 원하는건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라 미호시 바리스타와 주인공이 신중함과 존중을 담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기 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