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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나리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 짧은 런닝타임, 진한 여운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The Garden of Words)  2013



<초속 5 센티미터> 이후로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이 언어의 정원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게 이름을 내었다.

보통 영화에 비해 정말로 짧은 46분이라는 런닝타임이라서 당연히 많은 이야기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46분 이라는 시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건, 드라마건, 다른 영화이건 간에 비가 오는 장면은 항상 분위기가 어두침침하고 무언가 불안함을 조성하는 그러한 효과로 사용이 되지만 <언어의 정원> 에서는 그 효과는 전혀 달랐다.

비가 오는 장면이지만, 그것도 비만 계속 오는 7 - 8월의 장마철이지만 비가 내리는 동안 배경은 한 층 더 밝은 분위기를 내 뿜었고, 어느샌가 영화에 몰입하며 '비가 오는 날도 꽤나 매력적' 이라는 개인적인 생각까지도 들게 해 주었다.

작화 또한 섬세한 표현으로 보는 내내 정말로 대단했다. 라는 말 보다는,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직접 찍은듯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작화도 좋았지만, 스토리의 구성도 꽤나 괜찮은 요소 였다. 15살의 남자 고등학생과, 27살의 여자와의 미묘하지만 꽤나 잘 어울리지만 그렇지도 않은 한 쌍이 보여주는 46분은 너무 짧지도 않은 알맞은 분량이었다. 구두장인이 되고 싶어 구두전문학교로 진학하려는 남주인공과, 자신이 재직한 회사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여주인공은 비가 오는날 공원에 있는 정자에서 아침을 보낸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우연히 만나고, 그 우연이 조금씩 커져가게 된다. 중요한건 '이러한 우연이 곧 사랑으로의 발전' 이라는 단순한 전개방향이 아닌 그 두 사람이 보여주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어떠한 노력 등 여러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작품 내에서는 '걷기 위하여' 라는 말을 쓴다. 남주인공은 구두를 만들어 신겨서 걷게 해 주려는 타입으로, 그리고 여주인공은 자신 스스로 걸으려는 타입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은 그 둘의 사이를 조금 더 가깝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더욱 더 멀리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를 만들어 낸다.


사실 46분으로 대충 띠동갑 차이나는 두 사람의 거리를 줄이는데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러기에 극적인 상황이 너무나 빨리,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서 중간 이후에는 조금은 빠른 템포로 인해서 아쉬웠다. 라는 인상이 남았었지만 이러한 점만 빼면 8월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영화 였다.

마무리를 지어보자면, 이 영화는 <초속 5센티미터> 와 많이 닮아 있다. 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꽤나 잔잔한 스토리로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고, 언제나 우리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현실적인 트루엔딩을 보여주는점이 닮은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관람해도, 기대를 하지 않고 관람해도 좋을 것이다. 46분이라는 런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전부 본 뒤 영화관을 나올때 당신이 지불은 금액이 아깝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