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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리뷰/사카이의 라이트노벨 산책

악성소녀 - 스기이 히카루 다운, 그의 재발견.

 

 

 


악성소녀 1(L노벨)

저자
스기이 히카루 지음
출판사
디앤씨미디어(주) | 2013-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라는 기묘한 여자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을 접한건 키시다 메루 때문이지 스기이 히카루 때문이 아니였다. 스기이 히카루는 나에게 너무 많은 똥을줬다! 초창기 우리나라에 정발되었던, 하느님의 메모장과 안녕 피아노 소나타는 라이트노벨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준 작품이였지만, 그 이후의 작품은 대체로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건질만했던건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였지만, 그나마도 판타지라는 장르적 범위에서 생각해보면 기대 이하의 작품이였다.

그이후에도 꽃이피는 이리얼이나 사쿠라 패밀리등으로 날 찾아왔지만, 작품이 모두 양산형 열화판에 지나지 않았다. (자세한건 과거에 썼던 글이 있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

한마디로 실망이였다.

스기이 히카루라는 작가에 대한 실망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근엔 전혀 그의 작품을 구매하지않았다. 학생회도 안샀고...

그런맥락에서 이 소설을 짚은건 단순히 키시다 메루의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지, 절대로 스기이 히카루의 작품을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도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간과 하게 만들었다.

에당초 제목인 악성소녀를 보면서 나는 왜 베토벤을 전혀 생각치 못했을까.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읽고, 괴테가 된다. 베토벤이 된다는 소재는 상당히 충격적이였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중반부까지 괴테다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흔한 판타지 소설에서 과거 역사적 인물로 환생하거나 바꿔치기 당하는 경우 과거를 바꾸기위해 발버둥 치는게 기본이다. 사실상 그게 목적이지 않을까? 판타지 소설 부여섭은 의자왕의 아들로 태어나 백제의 운명을 바꾸려 들었고, 조선왕조실록기는 선조로 태어나서 임진왜란을 막으려 했으며, 천군에서는 이순신 개조기를 펼치고. 사실상 과거로 돌아가는 물은, 그 인물에 대한 깊은 지식과, 관련 시대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기떄문에 역사를 바꾸는 재미가 아니고서야 쉽게 쓸수 없는 소재이다.

그런데 악성소녀는 소설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않으려한다. 아니 아무것도 못한다.

세상이 멈출듯한 감동을 느끼면 혼을 뺏겨야 하기에, 독일의 대 문호, 세계의 대 문호가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선 안됬다. 원래 좋아하던 음악은 그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이였다.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이 존재하는 시대는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침묵을 요구케 했다. 심지어 그는 독일어로 된 자신의 소설을 읽고 감동해버려서 혼을 빼앗길거같은 위기감 조차 느낀다.

강제로 주인공은 아무것도 하지못하게 되버린다.

베토벤과의 운명적인 만남. 그의 앞에서 연주되는 베토벤의 음악 앞에서 그는 1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나와야만했다. 이러한 설정덕에, 소설 중반까지 주인공은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뭘할수있는지 아무것도 모른체, 우유부단하게 소녀의 신념이 충돌하기만을 기다리며 보내야만했다.

예전에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이러한 부분은 참으로 스기이 히카루 답다. 스기이 히카루의 작품의 남자주인공들은 항상 피동적이며, 우유부단할뿐인데, 그부분을 이런 장르에서도 그대로 유지해낸다는게 참으로. 그리고 또 스기이 히카루 답게, 악성, 베토벤은 매우 소신이 뚜렷한 천재 소녀 작곡가로 나온다.

뚜렷한 신념을 가진 천재소녀의 신념의 충돌. 그리고 그 신념을 위해 뛰어 다니는 주인공.

스기이 히카루 소설의 기본적인 틀이나 다름없으며, 이소설에서도 실재로 사용된 소재이기도하다.

물론 이 소설이 앞 소설들에 비해서 특별히 잘썼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이야기는 터무니 없으며, 소재나 설정등도 터무니 없다. 여기서 밝히긴 뭐한 부분이지만, 실제로 역사적 인물들을 꽤나 웃기게 설정해놓은 경우가 많아서 그냥 생각없이 보면 꽤나 웃기지만, 그것도 진지하게 보면 좀 아이러니한 부분이긴하다. 또 아무리 몸이 바뀐게, 파우스트로 유명하면서, 갖가지 소문으로 가득한 괴테라고는 해도 갑자기 몸이 뒤바뀐걸 인지하고도 주변에서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점등도 상당히 터무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내가 그의 재발견이라 부르는건 나름 이유가 있다. 분명 터무니 없는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꽤나 실소한 부분도 꽤 있다. 베토벤의 이야기이다보니, 어쩔수없이 관련 지식에 대해 길게 떠들어야 했던 부분도 작품전체적으로 보면 꽤나 마이너스다. 너무 설명이 길어지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모차르트, 하이든, 뭐 여체화된 베토벤은 그렇다쳐도, 꽤나 터무니 없는 설정으로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을 때워버리지만, 결국엔 그 터무니 없음이 재밌다. 그리고 그렇게 대충 때워버린 부분을 대신해서 신념과 신념의 충돌, 인물과 인물의 얽힘을 매우 깔끔하고, 스기이 히카루스럽게 잘 엮어냈다. 본인의 매력을 살리는데 집중했달까.

과거의 스기이 히카루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속는셈 치고 한번쯤 읽어볼만한 정도는 되는거같다.

 

ps :물론 또 다르게 보면 안피소 열화판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뭐 이제와서 든 생각이니까 그렇게 심한건 아니다.

ps : 이 작품을 읽을 독자는 그 시대에 대한 자잘한 상식은 버려라. 적어도 그 상식에 집착하지말라. 이미 설정상으로 시대가 많이 개편되 버렸고, 이야기가 꽤나 터무니 없이 진행된다. 그쪽에 집중하면 이 작품은 똥망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