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애니메이션 리뷰/애니메이션 리뷰 by 사카이

빙과 - 잔잔한, 평범한,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


 

근본적으로 재미있는 추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추리소설, 혹은 추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물이 추구하는 재미있는 추리의 길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살인 사건. 어떻게, 그리고 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추리.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판한대로 너무나 전형적인 구조라는 이름아래에 또다른 비판의 여지가 등장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추리라면 아무래도 살인에 대한 추리를 일반적으로 꼽을거라 생각한다. 살인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에 걸맞는 무언가. 그런의미에서 빙과라는 작품이 수많은 사람에게 사람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특이한 일이 아닐수없다.

사실 빙과란 작품 그 자체의 내용만 보면 딱히 특별할데 없는 이야기의 나열이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추리요소, 그에 해당하는 일상들. 평범한 구성. 빙과라는 이름에 도달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이야기의 해결등은 매우 깔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우 평이하며 특색없는 구성이다. 적어도 다른 추리물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요소는 없는것. 하나의 사건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해보자. 빙과 그 이름 자체에 대한 이야기. 치탄다의 삼촌이 빙과라는 제목의 이름을 짓게된 이유. 사실 이 이유라는것이나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나, 무척이나 평범하기 그지없으며 심지어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치지않는 단순한 구조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추리라는 요소 그 자체는 별다른 매력포인트가 될수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야기 자체의 구성은 매우 잘 연결되어있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능동적으로 추리에 참가하는것과는 다르게 수동적으로 추리에 참가해야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수동적으로 추리에 참가하게끔되는 그 과정. 그리고 주변인물들. 이러한 요소에, 심플하고도 단순한 추리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구성 그 자체는 이 작품 자체의 백미라 볼수있을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 하나하나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는 점은 사실 좀 미묘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고전부 그러니까 빙과의 원작도 그러한 비난에 일부 노출되어있다고한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바가 다른게 아닐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렇게 고 평가를 받는것은 대체 무엇때문일까.

정답은 간단하다고 본다.

쿄애니의 좋은 효과. 그리고 케릭터

쿄애니의 좋은 효과를 먼저 이야기 안할수가 없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에서 매우 쉽게 지나칠수도있는 부분을 집중 조명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어서 특수한 상황으로 만드는것. 에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치탄다의 신경쓰여요에 맞춰서 사건에 집중할수있게 만드는 여러가지 효과.  바로 이러한 효과들이 자칫하면 밋밋해질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다. 일종의 유행어 효과나 다름없지 않나 싶은데, 결국엔 쿄애니 자체에 찬사를 보내야만 할거같다. 사실 이야기 하나하나만 보면 얼마나 단출한 추리인가. 평소에 내가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상대로 제시하는 장소나 했던일 추리나 다름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추리 그 자체이다. 하지만 치탄다의 행동과, 극도의 귀차니즘의 호타루, 그리고 조연들의 움직임을 쿄애니는 섬세하게 그리고 확대해서, 그리고 빛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케릭터. 사실 빙과의 케릭터들은 특출나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확고한 개성과 특이한 접점을 가지고있다. 모든걸 귀찮아하는 주인공, 그리고 과도하게 호기심이 강한 여주인공, 데이터베이스라 자처하는 오지랖넓은 조연, 그리고 조연을 좋아하면서 별다른 여지가 없는 여주인공.

사실 어찌보면 매우 단순할수도 있는 케릭터들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케릭터 조성에 있어서 철저하게 일반적인 요소들을 배재하거나 첨가하여 새로운 케릭터를 만들어 냈다. 모든것을 귀찮아 하는 호타루에게는 정말 모든것을 귀찮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실제 소설등에서 이러한 케릭터가 나온다 하더라도 일정 계기, 혹은 일정 사건에 한해서는 능동적으로 변하게 하는 형식을 택하여 일종의 갭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호타루는 철저하게 귀찮아한다. 치탄다는 오히려 반대다. 보통 이러한 케릭터가 무언가를 주는 일종의 동기 부여형만 하고 만다면, 이작품에서는 철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가지고 이끈다. 그리고 사건 자체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치탄다의 행동은 작품내에서 일종의 백미로써, 그리고 쿄애니의 효과의 집중적 요소를 띄어서 작품 전체를 재밌께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한다.

반대로 조연들의 경우는 평범한 가운데에 특수한 성향을 띄게 만들었다. 보통의 조연은 철저하게 조연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의 조연은 조연의 역활에서 지나지 않고, 사건 하나하나에서 역활을 맡고 철저하게 움직인다. 물론 사건 자체가 간단하기에 가능한 일일수도 있지만, 여튼 특수한 경우가 아닐수없다. 이러한 행위에는 두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계기, 혹은 특수한 상황이 작용했다고 보는데, 이러한 하나하나의 장치는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얼마나 견고하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한다.

이러한 다른 작품과 비슷하면서 차별화 되는 케릭터들은 작품을 독자로 부터 친숙하게 만들어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고 거기에 색다른 느낌을 주기떄문에 그만큼 작품의 흥미를 높이는데 좋은 작용을 한다. 실제로 빙과를 보는 재미의 대부분도 이곳에 온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결국엔 이 작품은 추리물이 아니다.

추리소설의 형식과 과정을 띄고있을뿐이지 철저하게 잘 짜여진 케릭터 이야기일뿐이고 그리고 그것을 잘 요리해낸 쿄애니의 능력이 빛을 발했을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빙과 그 자체만의 좋은 정체성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