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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리뷰/에스투머의 나름리뷰

[나름리뷰]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1권

 

 매일 제가 읽는 작품들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러브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러브코미디는 라노베에서는 굉장히 흔하고 대중적인 장르이기도 하죠. 이번에 다룰 작품인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도 전형적인, 다른 말로 왕도라고 할 수 있는 러브코미디입니다. 이렇게 라노베 시장에 수많은 러브코미디가 쏟아지는 와중에 살아남는 러브코미디도 있고 살아남지 못하는 러브코미디도 있습니다.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끌지 못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러브코미디만으로 인기를 끌기에는 이미 사람들이 이 장르에 너무 많이 익숙해졌다는겁니다. 단순한 러브코미디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신선함이나 긴장감을 불어넣기 힘듭니다. 이미 수많은 러브코미디를 읽어온 사람들에게 특별함이 없는 진부한 전개는 따분하고 재미없을 뿐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저는 항상 새로 시작되는 러브코미디는 그 러브코미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왔습니다. 그 추가적인 요소는 때로는 독특한 세계관일 수도 있고, 저번에 리뷰를 작성하였던 [내 뇌 속의...](뭔지 아시죠?)처럼 황당하고 웃긴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7초후의 사카타씨와 나]처럼 주인공에 초능력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고, [슈라바라]처럼 주인공과 히로인들 사이의 관계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비슷한 유형은 있겠지만 이렇게 각 러브코미디마다 특별함을 부여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번에 다룰 작품인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분명 전형적이고 왕도라고 할 수 있는 러브코미디 작품이고 내용 역시 주인공과 두 히로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도 역시 이 작품만의 특별함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 첫번째는 바로 주인공과 히로인들 사이의 관계입니다. 작 중에 나오는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단순히 서로 다른 타인 3명이 만나서 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닙니다. 특별한 점이 없는 주인공이 친구의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여동생을 소개받고 서로 보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는 자매 사이에 끼어듦으로서 관계가 시작됩니다. 어찌보면 위에서 같은 유형이라고 분류하였던 [슈라바라]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슈라바라]가 주인공이 본의 아니게 3명의 히로인에게 다리를 걸치면서 그 사이에서 고생하고 들킬 것인가 안들킬 것인가 하는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몰입시켰다면 이 작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두 자매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한쪽을 달래면 한쪽이 화를 내고 다시 그쪽을 달래면 반대쪽이 화를 내고, 성격, 외모, 생활 스타일이 완전히 반대인 두 자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고가며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과연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이 [슈라바라]랑 비슷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만의 또 다른 특별함은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이야기가 히로인들의 집과 깊게 연결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자매가 깊게 존경하고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두 자매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 그리고 할머니를 너무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그런 할머니의 죽음 이후 서로 대립하게 된 두 자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자매에게 남긴 유언.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주인공은 두 자매의 집안인 토도로코 가의 사정에 깊이 발을 내딛는 것이 되는 것이죠. 이런 요소는 작품에서 연인들간의 사랑과는 또 다른, 가족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독자에게 유발시키며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까? 라는 궁금증에 추가로 과연 토도로코 가는 어떤 사정을 더 가지고 있을까?” “할머니는 두 자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라는 추가적인 의문점을 독자에게 제공하여 더욱더 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근거 없고 뜬금없는 의문은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원인이 되지만 서서히 베일을 벗고 그 흔적을 조금씩 조금씩 독자에게 남기는 궁금증은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줍니다. 단순히 러브코미디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궁금증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궁금증을 제공하고 작품의 세계를 넓혀서 완성도를 높여주는 토도로코 가와 할머니의 존재는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두 자매와 주인공 사이에 생겨나는 연애감정과 질투. 가족간의 대립이 연인쟁탈전으로까지 번지며 일어나는 이벤트들과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할머니의 존재와 복잡한 토도로코가의 내부사정까지. 개성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완성도 높은 세계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러브코미디. 2권이 매우 기대되는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