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과 사자의 생태, 짤막상식.
오늘 세간을 떠들썩 하게 하고있는 겨울왕국을 보고왔다. let it go 영상을 보면서 워낙 엘사가 이쁘니 어쩌느니 하고 있었고, 길거리를 걸어가면 let it go 노래가 쉴세없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나도 봐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탓인데, 뭐 영화는 사실 그냥 그랬다. 엘사가 참 이쁘고, 노래 참 잘하네 정도 외의 어떠한 감상도 남길 수 없지만은 어째든간에.
디지니의 최근 만화들이 3D로 바뀌면서 과하게 털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노래와 모션에만 너무 집중한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있긴하다.
개인적으로 디지니사의 만화를 가장 재밌게본건 사실 피터팬과 라이온킹이였다. 뭐 딱 내가 어릴때 나온 만화였고,(아 물론 피터팬은 아버지도 태어나기전에 나온 만화지만) 어릴때 즐겁게 본 기억탓에 머리속에서 좋은식으로 각색됬을 수도 있지만, 이 두 영화만큼은 내가 커서도 어린동생과 함께(7살 어린 동생이 있다) 비디오로 몇번이고 돌려봤던 것 같다.
피터팬이야 원작 동화를 깔끔하게 잘 구현해낸다고 하면, 라이온킹의 경우에는 디지니사가 최초로 오리지날 스토리를 채용해서 만들어낸 역작인데, 사실 개인적으로 라이온킹은 지금봐도 참으로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프라이랜드의 왕자로 태어난 심바가, 사악한 숙부 스카로부터 왕국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상당히 심플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편인데, 더욱이 놀라운건, 이 심플한 이야기가 사자의 생태를 매우 잘 표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든 진화론적으로든, 사자의 경우 수가 너무 많아지면 생태계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사자의 경우 임신이 매우 어렵게 진화되어있다. 천번 이상의 시도를 거쳐야 한번이 될락말락 한다고하니 그 어려움이란(?)
그렇게 태어난 자식이니 얼마나 귀한 자식이겠는가? 왕자가 태어났다고 모든 동물들을 불러모은게 이해가 간다. 천번이나 고생하고 낳은 자식인데!
그렇게 태어난 자식은 무리의 수많은 암컷들로부터 보호받고 키워진다. 화면에도 수많은 암컷들이 나오잖아?
이렇게 애지중지하면서 커가는 심바의 모습을 지켜보는 스카.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면 악의 대상이 있어야하고, 결과론적으로 등장한것이 왕의 자리를 노리는 스카였다. 뭐 이 스카에 대해서는 까만색으로 악인을 표현해서 인종차별이니 어쩌느니 하는말도 있지만, 그건 접어두고,
이런 스카의 행동도 사실 엄밀히 말하면 매우 생태적이다.
사실 사자 무리에서 수컷의 존재는 많지 않다. 성인이 된 수컷은 무리를 떠나서 새로운 무리를 찾게 되는데, 이렇게 새로운 무리를 찾게된 경우 그 무리의 수컷과의 싸움을 통해서 무리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진 수컷은 무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사자들의 싸움의 배경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려고하는 본능이 자리잡고 있다. 스카가 무파사를 죽이는걸로 멈추지 않고 스카를 죽이는 것 역시, 단순히 스토리에서만의 장치가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무리의 주인으로 자리잡은 젊은 숫사자의 경우 가장 먼저 하는일이, 원래있던 늙은 숫사자의 자식을 모조리 물어죽이는걸로 무리를 차지한 것을 알리게 된다. 이 경우 암사자가 반항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째든 심바는 간신히 살아남았고, 홀로 떠돌다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와서 스카를 몰아내고 다시 왕위를 차지한다. 시기 적절하게 사바나의 건기가 가고 우기가 오는 바로 그때.
결국엔 이러한 장치 역시 젊은 숫사자가 다시금 늙은 숫사자를 몰아내는 일련의 과정일뿐이다. 라이온킹 1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2에서 나오듯이 스카의 자식을 멀리 내쫓는 것 역시 매우 사자답다.
요컨데 심바도 스카도 실상은 한쪽만 사악하거나 정의롭거나 한 존재는 아니란 것이다. 심바도, 스카도 똑같은 입장에서 한자리뿐인 숫사자로써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을 뿐이고, 스카가 승리하고, 그후에 심바가 승리했을 뿐이다.
아 물론 이야기에서야 왕자가 모험을 겪는 이야기이고, 또 그게 본질이지만, 생태적으로, 진화론적으로는 그렇다는거고...
어째든 디지니사는 이러한 일련의 사자의 생태의 과정을 어린이 만화에 걸맞게 깔끔하게 구현해 내고있는데, 뭐 생각해보면 라이온킹은 디지니에 있어서 몇안되는 오리지널 스토리의 이야기인데 상상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창의력은 다소 부족한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결국엔 사자의 행동에 상상을 덧붙였을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