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리뷰] 스기이 히카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정말 많은 시리즈를 써낸 스기이 히카루, 루카 힝기스라고 말하면 알아듣는 분이 계실려나? ]
처음에 스기이 히카루라는 작가를 만난건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만 해도 군데군데 보였던 대여점에서였다. 중학생이라 돈은 없는데 [작안의 샤나]로 라이트노벨의 재미를 깨달아 점점 그 장르에 빠져들던 나는 대여점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왔던 [안녕, 피아노 소나타]를 빌렸었다. 당시에 아마 클라나드의 영향이었던가, 감성적인 중2병학생이었던 나는 가슴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어했고, 그런 감성에 참으로 걸맞는 제목인 [안녕, 피아노 소나타]를 골랐었던 것 같다. 읽고 나서 결과는 대만족. 나는 다음날 바로 이미 읽었던 1권은 물론 2권부터 4권 그리고 외전까지 전부 구입하고 빠져들듯이 작품을 읽어나갔다. 그때 쓴 리뷰라는 이름의 흑역사 는 아직도 블로그 페이즐 넘기다보면 보이는데. 서투른 두 남녀가 음악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교감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다시 읽어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스기이 히카루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작품을 썼던 작가"로 남아져 있었고 그것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L노벨에서 발매되었던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를 바로 구입할 정도로 계속 머리 한구석에 각인되어있었다. 처음에 읽었던 안녕, 피아노 소나타랑은 다르게 판타지를 배경으로 했던 그 작품은 비록 스토리는 조금 지겨워서 7권쯤에 하차했었지만 그가 짠 세계관자체는 꽤나 흥미롭게 읽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바케라노]는 자신과 주변 동료들을 소재로 개그 이야기를 써낸 그 용기와 소재의 특이함, 그리고 웃겼던 개그에 감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가? 드디어 사람들이 극찬을 했던 [하느님의 메모장]을 애니화되기 몇달전에 읽었었고 역시 독특한 소재, 그리고 작품을 고를 때마다 달라지는 책의 장르, 마지막으로 안피소에서 느꼈었던 인물의 심리묘사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역시 행복했고 또 다시 한번 스기이 히카루에 빠져들었다. 그 다음에 읽었던 것은[ 사쿠라 패밀리어]. 이번에도 역시 독특한 소재와 정말이지 이, 이상 있을 수 없을 것 같던 막장 소재로(기독교인에겐 불쾌했을 수도 있겠다) 정말 배가 아플정도로 웃은 기억도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스기이 히카루에 대한 인상은 그럭저럭 괜찮았었다. 작가가 항상 명작만 써낼 수는 없는 법. 안피소와 하메모는 분명 누구나 찬사를 보내는 명작이었고. 바케라노와 사쿠라 패밀리어는 작품이 명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애초에 가벼운 작품이었고 소재가 독특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개그가 웃겼었다. 분명 스기이 히카루는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쓰고 그 작품들도 다다 장르가 다르고 독특한 소재를 쓸 줄 아는 작가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 중에서도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도 있는 숙련된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놓고 최근에야 읽었던 [꽃 피는 에리얼 포스]를 읽고 점점 이러한 생각에도 의문이 생긴다. 역시 기존의 작품에서 찾을 수 없는 세계관과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나왔다. 두 나라로 나뉜 국가의 내전이라는 설정. 벚나무를 기반으로한 기체, 그리고 그 파일럿으로 만난 두 소년, 소녀.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보이 밋 걸. 독특한 소재와 세계관 속에서 그의 장기인 보이 밋 걸을 펼치는 것. 스기이 히카루가 신작을 낼 때 항상 보여주는 패턴이다. 하지만 두번의 성공을 이루어낸 그 패턴도 최근엔 계속 독자에게 실망만을 안겨주는 것 같고 이번 꽃피는 에리얼 포스 또한 마찬가지었다. 물론 작품의 극우적인 성향이나 이런 것 때문에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작품 외적인 요소를 작품 속으로 가져올려고 하지 않는 편이고, 최대한 감정이입해서 마치 소설 속에 내가 있는 것처럼 인물들의 감정을 같이 공감하고 느끼면서 읽을려는 편이다. 작품이 극우 성향을 가지고 있건 안 가지고 있건 작품을 감상할 때만큼은 그런 요소를 배제하고 감상한다. 읽으면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좀 까일 것 같다라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분명 여러 단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안피소와 하메모를 제외한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이다.
그럼 먼저 개인적인 기준으로 그의 작품을 분류해보자. 물론 내가 읽지 않는 작품은 제외하도록 하겠다. [학생회 탐정 키리카]와 [시온의 혈족]은 아직 읽지 않았다(전자는 컴퓨터 사느라 돈이 없어서, 후자는 그냥 벗는 소설이라는 혹평 덕분에 손이 안가...) (분류기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명작이라고 분류되는 [안녕, 피아노 소나타]와 [하느님의 메모장]
이 두 작품은 읽는 사람은 누구나 찬사하는 스기이 히카루의 대표작이자 명작이다. 하느님의 메모장은 애니화까지되서 그의 이름을 라노베를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넓혔다.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 두 작품의 장점은 무엇일까. 전혀 다른 소재의 두 작품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나는 역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인물들의 감정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안피소에서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교감과 엇갈림, 그리고 민속음악 연구부 부원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직접적인 말 대신 음악으로 정말 훌륭하게 표현했고 독자는 읽는 내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인물들에 대해 답답해 하다가도 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연주 한번에 답답하던 마음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책으로, 글로 표현하고 있지만 마치 귀 옆에서 진짜 연주하고 있는 것 같이 느끼게하는 묘사는 다시 생각해도 최고였던 것 같다.
또 다른 명작 하메모에서는 어땠을까? 엘리스를 중심으로 모이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 그 사람들은 비록 보잘 것 없는 위치에 있지만 한 사람도 뺴놓지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념도 목적도 없는 의미없는 시간을 살아오고 있던 나루미가 그들이 가진 그 신념과 무모함, 용기와 배려에 부딯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감정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루미는 그들이 가진 신념을 그대로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망설이고 흔들리고, 한번쯤은 꺽이면서도 엘리스의 위로와 4대의 격려, 그리고 니트동지들과 민씨의 응원까지,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그 신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바꾸어 나간다. 이 과정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같아서. 소설이지만 정말 이들이 살아있는 것을 느꼈기에 나는 하메모에 몰입하고 감탄하고 감동받을 수 있었다.
두번째로 분류되는 것은 개그라는 말로 표현가능한 [바케라노!]와 [사쿠라 패밀리어!]
이 두 작품에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가벼운 분위기 였고 소재의 독특함과 웃기는 설정과 개그로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작가들의 생활에 대한 꽤 현실감있는 비유가 특징이었다면 후자는 읽으면서도 "기독교인이 본다면 정말 까이겠는데;;" 하면 당황할 정도로 막장 전개를 통해 큰 웃음을 주었다. 가벼운 작품에 그렇게 길지 않은 작품이었기에 [사쿠라 패밀리어] 특정 종교인에게 불편한 기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적절했던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분류되는, 이 글을 쓰게된 원인이 된 아쉬웠던 작품들인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 [꽃 피는 에리얼 포스]
이 두 작품도 기본적인 구성은 위에서 봤던 작품들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써왔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 그리고 독특한 소재로 인한 차별점. 그러면서도 내용에서는 작가의 장기인 보이 밋 걸을 통한 전개로 신선함과 왕도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나에겐 정말이지 아쉬웠던 작품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고 읽는 독자마다 또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인물들이 멀게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실망이었다.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는 판타지였다. 그리고 스토리의 스케일이 꽤 컸다. 덕분에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표현이 하메모나 안피소처럼 독자들이 몰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3인칭 시점인 것도 크게 작용했다. 덕분에 미네르바가 왜 자신을 죽일 소년을 데리고 다니는지,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진 것인지 알기 힘들었고 자신의 특기가 아니어서 일까 스토리의 흐름조차도 좋은 평가를 내리긴 힘들었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 수록 지겨워지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꽃 피는 에리얼 포스] 또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일인칭이었고 시작부터 주인공의 회상으로 시작하고 주인공에 대한 내면 묘사도 시작부터 엄청나게 많지만. 그 감정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 문제다. 단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작부터 도저히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을(난 벚나무가 존나좋아! 주변에 폭탄이 떨어지고 부모님도 다 죽어도 나는 그냥 벚나무 너 하나뿐이야!)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피력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의 첫부분에서 쓰는 것은 읽는 사람 입장에선 책을 피자마자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니 매우 불친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로 치자면 시작부터 대륙의 역사를 낱낱히 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부터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빠른 전개까지 이어지니 감정이입은 커녕 스토리르 따라가는 것조차 바쁘니 도저히 작품에서 독자들이 인물의 내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과 더불어 추가적인 단점 또한 존재한다. 바로 세계관과 소재에 대해 작가가 어색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스기이 히카루 본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가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썼던 작품을 읽어보면 그의 글이 분명 판타지와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세계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메모를 읽어 보면 작가가 니트에 대해서 생각외로 자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피소를 읽어보면 작가가 음악에 대해 팝송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 그리고 [꽃 피는 에리얼 포스] 에서는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가공의 세계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세계관과 소재는 작가가 그것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조사하면 할 수록, 관심이 있으면 있을 수록, 마지막으로 상상하면 상상할 수록 진짜 있는 것같은 리얼리티를 띄게 된다. 예전에 쓴 [블랙 불릿] 리뷰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을 것이다. 개그나 가벼운 작품이 아닌 어느정도 무게있는 작품에서는 인물이, 그리고 (넓은 의미의) 판타지라면 세계관까지 살아있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관과 인물이 살아 있는, 즉 리얼티리가 있는 작품이어야만 독자가 그 세게관 속에 들어가고 인물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공의 세계관이라할지라도 위 두 작품의 세계관 퀄리티는 조금 아쉬운 편에 속한다. 극단적으로 세계관을 치밀하게 짜서 찬사를 받은 카와하라 레키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고한 어느정도 선까지는 해줘야될텐데 이러한 면에서 너무 겉모습만 가져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기이 히카루가 여러가지 소재와 세계관의 작품을 쓰는 것은 분명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사람이 수많은 분야에 모두 두각을 드러내기는 힘든 법이기에, 그가 좀더 신경써서 작품의 세계관이나 소재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그냥 글 쓸때 마침 관심있었던 장르를 배경으로 쓰는 감도 없잖아 있다.)
지금까지 스기이 히카루에 대한 나 개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논 것이었다. 그는 분명 숙련된 작가이자 여러작품을 엄청난 속도로 내는 작가이다. 또한 보이 밋 걸의 대가이기도 하다. 안피소와 하메모에서의 배경과 소재의 치밀함, 내용의 퀄리티,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표현은 정말 최고였다. 바케라노와 사쿠라 패밀리어는 그가 개그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작품이었다. 최소한 나는 읽으면서 계속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 꽃 피는 에리얼 포스에서 그가 많은 작품을 내고 그 작품마다 기존의 배경과는 전혀 다른 장르와 소재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분명 숙련되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이지만 이제는 자신의 장점이 잘 살 수 있는 소재와 배경을 베이스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그의 장점인 케릭터의 감정이 살아있다는 점을 잘 살린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고 공감하고 마지막에는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말이다.
[P.S] 초고도 안쓰고 스기이 히카루에 대해 간단하게 잡설이라도 써볼 생각인데 또 엄청 길어져버렸네요. 맥락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해주시고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P.S 2] 스기이 히카루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기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정도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