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는 리뷰다 - 여름색 기적
'성우 유닛 '스피어'가 나오면 될 애니도 안된다'라는 말이 항간에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스피어가 전면에 나온 작품들은 쓴맛을 아주 단단히 봤으니 틀린말은 아니다. [놀러갈게!], [하늘 가는대로], [소프테니], [UN-GO]까지 작품성은 접어두더라도 판매량에서 아주 말리다시피해서 이정도면 제발 좀 성공하게 해주십사라고 굿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래도 유닛 개개인의 실력과 인기 때문인지 이런 속설과 그렇게 쓴맛을 보고도 또 스피어를 얼굴마담으로 쓴 작품이 [여름색 기적] 되시겠다. 재수는 커녕 삼수, 사수까지 실패했으니 오수라고 과연 성공할까.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판매량은 결국 또 말렸다. 일단 스피어는 다음 출연 작품 확정되면 어디 영험이 좋다는 신사에 가서 정성어린 기도 부터 하고 작품에 임하는게 좋을듯.
스피어 이야기는 이쯤 접어두고 작품 자체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판매량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 무난한 성장물로서의 드라마적 요소를 갖췄고, 스피어 4인방의 호흡은 훌륭하며, J.C Staff의 몇 안되는 인재인 타나카 유이치까지 참여했으니 비쥬얼적으로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개인적으로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이 잔잔한 위주의 드라마에 있어서 약점을 보여왔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는 점에서 크게 점수를 깎고 시작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 장르만 만들면 맨날 까이는 선라이즈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면 좀 더 후한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다만, 플롯의 구성 측면에서 점수를 깎아먹는데, 이 작품은 옴니버스 구성은 아니나 그와 비슷한 형태인 1화 완결구조를 취하고 있다. 작품의 자체가 여중생과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간의 갈등 - 돌에의한 문제발생 - 해결, 마무리' 식의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 형태를 취한다. 1화 완결구조를 생각하면 여기서 더 꼬울수도 없는 노릇이니 적재적소를 논하자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성장드라마로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었다면 단순히 1화로 땡처리할게 아니라 좀 더 깊게 파들어갈 필요가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여름색 기적은 이 때문에 갈등 발생과 해결과정에 깊이감이 없어 드라마 특유의 진한맛은 묻어나오지 않는다. 마치 그저그런 맛인 인스턴트 3분 요리를 먹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돌로서 드라마에 판타지를 엮어보자는 시도도 나쁘진 않았지만, 갑득이나 등장인물간의 심리묘사가 부족한 마당에 이 돌덩이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소중한 분량을 배정하고 있어서 주객이 전도된 늬앙스를 풍긴다. 물론 후반에는 제자리를 찾긴 했지만, 작품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1~3화에 이런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지 못한 부분 역시 마이너스. 여기에 다소 노골적인 지역 홍보와 스피어 밀어주기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원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초반은 엉망이고,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제자리를 잡아가는 형태의 작품이기 때문에 첫 인상에서 실망한 많은 시청자들에 의해 다소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보는 편. 드라마와 판타지를 조합해보자는 아이디어 자체도 괜찮았고, 오랜만에 본 성장드라마로서의 느낌도 나쁘진 않았지만 깊이가 부족한 드라마와 전체적인 밸런스있는 플롯 구성의 실패가 다소 뼈아쁘다. 이런 부분을 바로 잡는게 바로 감독의 역할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일지도.
스틸컷 출처 : 애니플러스(http://www.aniplus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