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하라 레키의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는 객관적인 지표로만 보아도 2013년 10월 기준으로 820만부를 넘겼으며, 2012년 7월에 애니메이션화도 되었었던 명실공히 라이트노벨 시장에서의 인기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시리즈 구성은 일반적으로
1부 아인크라드 - 소드 아트 온라인 - 1권2부 페어리 댄스 - 알브헤임 온라인 - 3권, 4권3부 팬텀 불릿 - 건 게일 온라인 - 5권, 6권※ 빠진 숫자의 권들은 외전 모음집이나 한 부로 치지 않음.
4부의 내용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라 한다면,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정신만이 '언더월드' 라는 곳에 갇혀 버린 키리토를 주인공으로 기본적인 사건개요를 제외하면 이 언더월드라는 세계 안에서의 하이 판타지적인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이전의 1,2,3부까지의 소드 아트 온라인은, 분류하자면 로우 판타지에 해당할 것이다. 1부에서의 데스 게임, 2부에서의 아스나 구출, 3부에서의 사총 사건까지 일련의 모든 사건들은 전부 현실 세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어 일어나는 사건들이며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작중의 현실에도 있는 플레이어다.
하지만 4부는 그렇지 않다. 4부 앨리시제이션 편에서 다뤄지는 판타지 세계, 언더월드는 1부의 SAO, 2부의 ALO, 3부의 GGO의 세계와는 다르게 언더월드의 인물들은 현실에 실존하지 않는 인공적인 생명체로서 오직 키리토만이 현실과 작중의 언더월드의 세계를 잇고 있다. 말하자면 키리토가 언더월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그 안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하이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작중에 억지로 도입했다는 데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계 자체의 작위성이야 어쨌든, 4부의 이야기는 언더월드의 세계를 완성함으로서, 그리고 언더월드와 현실세계를 확실히 구분짓음으로써 키리토를 주인공으로 삼아 풀어나가는 언더월드의 판타지적 테이스트와 키리토 밖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한 SF적인 테이스트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겠다.
이는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가 1부 이후로 내포하고 있던 문제점, 즉 같은 VRMMORPG류의 게임을 배경으로 삼아 진행하는 이야기를 되풀이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미 해결되어버린 1부의 '데스 게임'이라는 설정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쉽게 줄 수 없다는 데 내놓은 한 가지 해결책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바로 작품의 방향성 자체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서 세일즈 포인트를 바꾸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효과적이어서 4부를 읽는 독자들은 다소 고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판타지적 풍미를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며, 동시에 정신의 가속 등의 키워드를 통한 SF적인 재미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건대 과연 그렇다면 4부는 1~3부의 스스로의 틀을 깨고 나온, 재미가 더해진, 무조건적으로 발전된 작품인가? 그게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기존의 틀을 깨는 데는 성공하였고, 1~3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을 예고하면서까지 시리즈 사상 가장 긴 장편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보면 4부의 언더월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공 키리토는 구조적으로 더 이상 1,2,3부에서 보여줬던 작중 최강의, 소위 '먼치킨'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시리즈가 인기 작품이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전통적인 게임 판타지적 요소를 라이트노벨에 맞춰 담아냈다는 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어필하는 게임 판타지적인 것이란 단순하다. 우월한 주인공이 다 썰어버리고 아름다운 히로인을 얻는 것으로 대표되는 대리만족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4부는 이것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더 이상 우월하지 않은 주인공과 더 이상 곁에 없는 히로인은 기존의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를 즐겁게 해왔던 요소들을 모두 다운시켰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까지 줄곧 기존의 세일즈 포인트를 믿고 기존의 재미에 의해 4부에 들어선 독자들은, 4부의 새로운 재미 요소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작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로소 4부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다. 언급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선 4부의 전체적인 작품성을 이전에 비해 높여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4부의 글의 질이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상술한 작위적인 세계관 도입을 위하여 할애한 분량과, 그것을 설명하는 SF적 설정을 작중에서 독자에게 설명해 주기 위한 분량, 다소 낮춰 부른다면 설정놀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인해 4부의 초반부는 너무나도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틀을 벗고 새로운 요소를 작품에 넣었다는 측면으로 상쇄할 수 있었으나, 점점 시리즈가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12권에 와서도 계속 그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인공과 엮이는 여자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얼마 못 가 떨어져 나가 소모성 캐릭터로 전락하여 '매력적인 히로인' 이라는 라이트노벨의 요소는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고, 4부에서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뛰어 줘야 할 판타지 풍 동료의 역할인 캐릭터이자 주인공을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비중을 차지해 오고 있는 유지오는 너무나 평면적이고 단순한 캐릭터라서 캐릭터로서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이렇듯 4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총체적으로 평가할 때 결코 좋지 못하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판매량을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애니화 버프까지 받은 이전까지의 관성력이 다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장편인 만큼 4부는 아직 남았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인상을 가지고도 기대를 해볼수 있지만, 4부 완결 후의 최종평가가 현재의 중간평가와 같으리라는 불안감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명실공히 라이트노벨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잡은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의 최종편인 4부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이만 마친다.